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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불교]“조선 독립 해법 불교의 ‘중도’에서 찾아야”
관리자
조회수 : 1930   |   2013-10-15


  
정찬주 지음|김영사 펴냄|1만 3천원
 
독립운동가 김성숙의 생애 조명
반생은 중국에서 풍찬노숙으로 항일
조국에서 반생은 가난·투옥·병마

 


광대한 중국대륙을 누비며 조선의 독립을 위해 생을 바쳤지만 해방된 조국에서 간첩의 누명을 쓰고, 군사재판에 회부되는 등 마지막까지 불운하게 살다간 운암 김성숙의 생애를 그린 소설이다.

전 세계가 제국주의로 얼룩져 있던 20세기 초, 강도 일본에 모든 것을 빼앗긴 조선은 독립을 염원하며 슬픈 역사 속에 잠겨 있었다. 수많은 조선인들이 조국의 해방을 위해 아리랑을 부르며 압록강, 두만강을 건너 간도로, 상하이로,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했다. 소설은 조선에서 승려 생활과 함께 사회주의 운동을 하다가 1923년 26세의 나이로 중국 베이징으로 건너가 아나키스트와 민족주의 혁명가로 활동했던 김성숙의 삶의 궤적을 쫓는다.
1969년 4월 12일 오전 10시. 쓸쓸한 그의 죽음으로 소설은 시작된다. 반생은 중국 대륙에서 풍찬노숙하면서 항일투쟁을 했고, 조국에서의 반생은 끼니를 걱정하는 가난과 투옥의 고초, 말년의 병마 속에서도 민족자주 노선으로 남북통일을 갈망했던 그의 파란만장했던 인생이 펼쳐진다.

“1916년 11월 말. 금강산 유점사에서 온 19세의 청년은 땔나무를 하고 요사 아궁이에 군불을 지피는 일을 했다. 지난 봄날 승려가 되겠다고 용문사로 왔지만 한 해가 다 지나가는데도 주지스님은 여전히 잡일만 시켰다.”
김성숙은 1916년 양평 용문사에서 풍곡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지만 항일운동을 하기 위해 승복을 벗는다. 처음 받은 법명은 성암(星巖)이고, 법호는 태허(太虛), 호는 운암(雲岩)이다.
“주지스님, 비구계 계첩을 받지 않겠습니다. 제가 가야 할 길은 절 밖에 있는 것 같습니다.”
“절 밖에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이냐?”
“독립운동을 하겠습니다. 감옥에서 출소한 뒤부터 깊이 고민해봤고 마침내 도달한 생각입니다.”
1916년 김성숙은 중국으로 망명을 결심하고 집을 떠난다. 봉천으로 가기 위해 원산, 청진을 거쳐 두만강을 건너려 했지만 국경수비대의 삼엄한 경계에 막히고, 기회를 엿보던 김성숙은 시절인연에 이끌려 용문사에서 불가에 입문한다. 월초선사의 뜻을 받아 만세시위운동을 주도하다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되었고 지독한 고문을 견뎌낸다. 
1923년 드디어 베이징으로 건너간 김성숙은 아나키스트로 변신하면서 테러 조직 의열단에 입단한다. 그는 조선의 독립의 해법을 좌파와 우파의 논리를 넘어 불교의 중도(中道)에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일제에 저항하기 위한 ‘협동전선의 필연성’을 외치며 잡지 〈혁명〉을 발행한다. 
1927년 항일투쟁 이론가로 거듭난 김성숙이 혁명 정당을 건설하기 위해 분투하던 때, 장제스의 쿠테타가 일어난다. 앙드레 말로가 〈인간의 조건〉에서 생생하게 묘사했던 그 상하이쿠테타다. 중국 혁명가들과 김성숙을 중심으로 한 조선인 전사들은 이에 맞서 광저우에서 봉기를 일으킨다.

 

  
 
  
 
1945년 조국이 해방되고, 친소와 친미가 아닌 민족 자주를 열망했던 김성숙은 남한을 선택한다. 
쿠데타를 일으킨 군사정권에 의해 재판에 회부되고, 공화당의 요직을 회유받는 정치도구로 전락한 말년의 김성숙. 그에게 남은 것은 옛 동지들이 지어준 오두막 ‘피우정(避雨亭-비나 겨우 피하는 집)’뿐이다. 1964년 4월 김성숙은 그곳에서 천식을 앓으며 죽어간다.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아니, 아무도 기억하려 하지 않는 죽음이었다. 
반도와 대륙을 넘나드는 거대한 스케일의 소설은 철저한 자료 고증을 통해 마치 당시 풍운의 무대를 직접 누비는 듯한 현장감을 불러일으킨다. 긴 호흡이면서도 속도감 넘치는 문체로 조선인 전사들의 삶을 세밀하게 포착해냈다. 김성숙 외에도 혁명가 김산, 거침없는 테러 투쟁으로 일본인들을 두려움에 떨게 한 의열단원 오성륜, ‘인민해방군가’를 작곡하여 중국인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은 천제 음악가 정율성 등 조국의 새벽을 열고자 고군분투했던 전사들의 삶, 조선 혁명가들과 모택동의 운명적인 만남, 막후 실력자 주은래와의 우정, 김성숙과 중국인 아내 두쥔후이와의 안타까운 사랑 등 우리가 알지 못했던 암흑의 독립운동사, 중국 혁명사가 구도소설가인 저자의 손끝에서 부활한다. 
 

 

박재완 기자  wanihollo@hyunb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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