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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보신문]-[운암김성숙]-11.만해 스님·김법린을 만나다
관리자
조회수 : 2157   |   2007-03-28
11. 만해 스님·김법린을 만나다
기사등록일 [2007년 03월 28일 수요일]
 

훗날 3·1운동 참여 계기 돼
손병희 선생과도 교분 나눠

철산에서 고양으로 이주한 가족들을 만나고 봉선사로 돌아온 성숙은 공부에 전념했다. 본격적으로 강원공부를 시작한 것이다. 사집, 사교, 대교과 과정에서 앞으로 배워야 할 불경이 적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월초 화상이 조용히 성숙을 자신의 방으로 불렀다. 화상의 방에 들어서던 성숙은 잠시 멈칫했다. 화상 혼자가 아니라 낯모르는 스님 한 분과 또 다른 객이 한 명 더 있었다. 월초 화상은 성숙이 들어서자 “인사 올리거라. 만해 스님이시다.”하고는 예를 갖추도록 했다. 성숙이 삼배의 예를 갖추고 자리에 앉자, 만해 스님이 “자네가 성숙인가. 화상께 말씀 많이 들었네.”하면서 인사를 건넸다.

만해 스님의 높은 이름을 익히 들어 알고 있던 성숙은 그저 꿈만 같았다. 그러나 이 상황이 어떻게 된 영문인지 알 길이 없어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데 만해 스님이 “여기는 내 제자인 김법린이야. 자네하고는 얼추 나이도 비슷하고 뜻이 통하는 바도 있을 테니 인사들 나누게”하면서 옆에 앉은 청년을 소개했다. 성숙이 1898년 생이고, 김법린이 1899년 생이니까 성숙이 한 살 위였으나, 서로 첫 인사를 나누는 동안 동지적 힘이 느껴졌다.

성숙이 김법린과 통성명을 나누고 다시 자리가 정리되자 월초 화상의 말이 이어졌다. “만해 스님은 지금 큰 일을 준비하고 계신다. 네가 가슴에 품고 있는 일을 세상사람들이 다 함께 할 수 있도록 하실 계획이니까 앞으로 스님께서 오시면 잘 모시고, 가르침도 받도록 하거라. 그리고 저 청년은 만해 스님이 아끼는 제자이기도 하지만 훗날 우리 불교와 나라를 위해 큰 일을 할 인재이다. 서로 도반의 예로 가까이 지내면서 나라의 자주독립과 불교중흥을 논하도록 해라.”

성숙은 “예”하고 짧게 대답하고는 만해와 김법린을 번갈아 보고는 화상을 바라보았다. 풍곡 스님을 떠나 이제 스승의 예로 모시고 있는 화상께서 자신에게 이런 인물들을 소개해 주는 뜻을 헤아리는 중이다. 월초 화상은 성숙이 그저 공부만 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을 했던 것이다. 그리고 어떤 형태로든 성숙의 가슴속에서 끓고 있을 독립운동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조금이라도 불살라버릴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배려이기도 했다.

성숙은 만해, 김법린 뿐만 아니라 천도교 3대 교령인 손병희와도 인사를 나누게 되었다. 월초 화상과는 허물없이 말을 트고 지내는 사이였던 손병희는 돼지 사냥을 위해 자주 봉선사를 찾았었고, 월초 화상은 그때마다 성숙에게 손병희의 시중을 들도록 했다. 그러니 손병희와도 자연스럽게 가까워질 수밖에 없었다.

만해와 손병희가 누구인가. 만해(1879∼1944)는 3·1운동의 발상자였고, 손병희(1861∼1922) 역시 3·1운동 당시 민족대표 33인 중 한 사람이었다. 그러니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독립운동에 앞장섰던 인물들이다. 김법린 또한 열네살 때 부산 범어사에서 출가한 이후 서울에 올라와 만해 스님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으며 3·1운동 때는 영남 불교계의 만세시위에 참가했었다. 김법린은 후에 파리유학을 다녀와 항일운동에 몸을 바쳤고, 대한민국 제1공화정 때 문교부장관과 제3대 민의원을 지내기도 했다. 그리고 1963년에는 동국대학교 총장에 선임되기도 했다. 모두들 끝까지 변절하지 않고 일제와 어떠한 타협도 없이 항일독립정신을 지킨 인물들이다.

이렇게 신념이 확고하고 그 신념을 행동으로 보여준 인물들을 굳이 성숙에게 소개시키며 가르침을 받도록 한데는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없었다. 성숙은 얼마 지나지 않아 화상의 깊은 뜻을 알고는 만해, 김법린, 손병희 등과 더욱 가까지 지내며 세상사를 배우고 사상적 무장을 해나갔다. 

sjs88@beopbo.com 


894호 [2007-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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