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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강만길 고려대 명예교수 "임시정부의 정신은 좌우합작..그 의미가 통일운동으로 이어져야"
관리자
조회수 : 213   |   2019-01-01


원로 역사학자인 강만길 고려대 명예교수는 지난 29일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를 관통하는 정신이 이젠 통일운동으로 이어져야 한다”며 후학들의 연구를 강조했다. 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원로 역사학자 고려대 명예교수

새해는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돌이다. 100년 전 일본제국주의의 총칼에 맞서 “대한독립 만세”를 외쳤던, 자주독립 국가를 염원하며 임시정부를 수립한 그들이 품었던 간절한 꿈…. 10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그 꿈을 얼마나 이뤘나. 그들의 애타는 염원을 어떻게 되새기고 있을까. 여느 해와 달리 새해에는 지난 100년을 돌아보게 된다. 앞으로의 100년을 생각하게 된다.

원로 역사학자 강만길 고려대 명예교수(86)를 만났다. 역사에 길이 있음을 믿고, 역사가의 통찰과 혜안을 얻기 위해서다. 좌익계열의 독립운동을 조명해 우익계열에 편중된 민족독립운동사 연구의 균형을 비로소 바로잡고, ‘분단시대’ 담론을 통해 분단체제 인식과 극복을 주창하며 지성사의 지평을 넓힌 역사학자 아니던가. 김대중·노무현 정권에서 통일고문을 지내고 ‘남북역사학자협의회 남측위원회’와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하며 실천적 지식인으로 활동한 그다. 해가 저물어 가던 지난 29일, 강원도 양양에서 서울로 잠시 올라온 강 교수를 서울 종로 청명문화재단 사무실에서 도재기 문화에디터와 유정인 기자가 만났다.

- 정정하십니다. 양양에서의 생활이 좋으신가 봅니다.

“내려간 게 어느새 11년짼가. 조용하고 공기도 경치도 좋고. 매일 바닷가에 나가 만보를 걷습니다. 한 6㎞쯤 되나, 산책 덕분인지 비교적 건강해요.”

- 연말에는 제자들이 <강만길 저작집>(전18권·창비) 간행을 통해 연구성과를 정리했습니다. 학자에겐 저작물이 곧 분신인데, 역사학자로서 아쉬움도, 보람도 있을 것 같은데요.

“역사학자가 논문만 쓰면 좋은데, 세월이 그렇게 놔두질 않았어요. 쓰다보니 학자들 세계에서 말하는 잡문이 많아졌지요(웃음).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근대사는 일제의 침략과정이고, 현대사는 일본의 지배과정이어서 우리 역사를 우리가 제대로 공부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근현대사를 쉽게 읽게끔 하다보니 개설서도 많고요. 보람이라면, 아무래도 열심히 공부하는 여러 제자들이죠.”

- 격동의 시대를 사셨는데, 역사학자가 아닌 ‘인간 강만길’로서 뒤를 한번 돌아보시면 어떻습니까.

“참 어려운 세월을 지나왔어요. 되돌아보면 괜찮았다 싶은 때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어릴 때는 일제강점기, 해방 후에는 분단과 전쟁. 6·25 때는 친구들도 많이 갔고요. 또 군부 독재시대를 살아왔잖아요. 좋은 기억은 2000년대 들어 남북교류가 이뤄지면서 북한에 여러 번 간 것입니다.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 현장에도 있었고, 남북역사학자협의회 활동도 뿌듯합니다. 남북역사학자협의회는 남북 역사학도들이 마음껏 오가며 고적과 유물을 보고, 제대로 역사공부를 하도록 만든 건데 아직 그렇게 안되니…. 참 아쉬워요. 이제는 젊은 학자들이 나서야죠.”

독립운동에는 좌익·우익에 아나키스트·유림까지 참여 ‘3·1운동,임정 100주년’ 기념행사 남북 공동 추진 바람직 ‘평화통일’이 우리의 길, 분단 역순으로 차근차근 준비를 반민족 행위 못 밝힌 건 수치…친일청산 문제 분발해야

- 2019년은 3·1운동,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입니다. 3·1운동 100년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가 뭘까요.

“3·1운동은 독립운동인 동시에 공화주의 운동입니다. 우리는 일본의 명치유신, 중국의 신해혁명 같은 것 없이 식민지로 전락하고 말았죠. 그나마 3·1운동이 일어나 임시정부가 수립됐고, 비로소 공화주의가 시작되는 겁니다. 우리 정도의 문화수준을 가진 민족사회가 공화주의 채택을 20세기에 들어서야 했다는 것은 좀 뒤처진 거죠. 임진왜란 이후 조선왕조가 무너지고 실학사상이 주류가 됐다면(웃음), 한말 애국계몽 운동은 공화주의 운동이 됐을 겁니다.”

- 임정 수립도 100돌인데, 지금 임정에서 우리가 찾아야 할 가치는 무엇입니까.

“무엇보다 좌우합작 정부라는 게 중요합니다. 공화주의를 꿈꿨고요. 당시 독립운동 세력엔 우익과 좌익이 함께 있었어요. 임정은 국무요원에 김성숙 같은 좌익도 참여했고, 아나키스트, 유림도 함께했죠. 임정 분들은 해방 후에 두 개 국가가 생기리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해방 후 이승만 중심으로 단독정부를 만들려고 하니 우익 중의 우익이라 할 김구는 북에까지 가잖습니까. 임정의 정신은 분단이 아니라 좌우통합정부, 통일정부입니다. 그런데 분단 이후 우리는 우익쪽만 가르쳤고, 그래서 제가 독립운동은 좌우합작 운동이라고 강조했어요.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임정의 좌우합작 정부라는 그 의미가 통일운동 정신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겁니다. 후학들이 이 부분 연구를 더 많이 해야 합니다.”

- 3·1운동, 임정 100주년 기념행사들도 많이 준비되고 있습니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어떤 것일까요.

“100주년 기념행사를 남북 공동으로 해야죠. 북한도 3·1운동을 높게 평가하니 공동으로 할 수 있을 겁니다. 더 근본적인 것은 다방면에서 남북교류를 활발히 추진해야 합니다. 그다음에는 통일을 차근차근 해나가야 하는데, 그러자면 각 분야에서 통일정부에 대한 연구와 구상이 있어야죠. 분단될 때를 보면, 처음에는 38선이 생기면서 국토 분단이, 이어 두 개의 국가가 생기면서 국가 분단이 됐어요. 그래도 민족적 동질의식이 있었는데 6·25로 적이 되면서 민족분단까지 갔죠. 통일은 역순으로 진행될 겁니다. 남북 주민이 오가고, 철도가 연결되고, 해주 등에 공단이 생기고, 백두산도 열리겠죠. 민족과 국토 통일에 이어 국가 통일이 되는 겁니다. 미리 준비해야죠. 안타까운 것은 6·15 공동선언의 정신이 이어졌다면 지금쯤 상당히 평화가 정착됐을 겁니다.”

- 지난 100년에 이어 앞으로 100년 동안 우리가 추구해야 할 방향, 가치가 있다면요.

“우리가 가야 할 길이 평화통일이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자면 미리 연구, 준비를 해야죠. 저는 남북이 공동으로 통일을 연구하는 공동연구기관이나 공동위원회 같은 것을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그 기구에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분야별 분과위원회를 두고 정기적 회의를 하면서 공동연구를 하는 거죠. 남북 공동기구의 창설이 쉽지는 않지만 쌍방의 지도자들이 결단한다면 불가능한 것도 아닙니다.”

- 3·1운동이나 임정의 의미 찾기는 독립운동사 연구와 밀접한 관계를 가집니다. 학계의 독립운동사 연구상황이나 친일청산 문제는 어떻게 보십니까.

“독립운동사라 말은 하지만 아직도 우익운동사를 주로 하고 있어요, 불만입니다(웃음). 북쪽에서는 좌익운동사만 하고 있고…. 그나마 최근 사회주의 계통 연구를 하는 것 같아 다행이에요. 친일청산 문제도 분발해야 합니다. 믿어지지 않겠지만 아직 우리에게는 친일파를 연구한 박사논문이 하나도 없습니다. 이광수 등 개별 인물의 친일규명은 좀 됐지만, 친일파들의 친일 행위나 친일 논리 등 친일파를 둘러싼 통합적 연구는 안된 겁니다. 친일파들의 행위를 명백하게 밝혀야죠. 또 친일파 숙청이 왜 제대로 안됐는지도 규명해야죠. 문화민족 사회에서 반역사적, 반민족적 행위를 한 데 대해 밝히지 못한다는 것은 수치입니다.”

- 한·일관계는 역사문제를 둘러싸고 늘 삐거덕댑니다.

“일본에 기대할 것은 별로 없고, 남북이 통일해 일본에 압력을 넣어야겠죠(웃음). 그런데 요즘 일본 젊은 학자들의 움직임이 주목됩니다. 일본은 근대화 과정에서 ‘탈아입구’를, 태평양전쟁 이후에는 미국을 ♡는 ‘탈아입미’를 했죠. 최근 젊은 학자들 사이에서 ‘탈미입아’를 말하는 사람들이 나옵디다. 유럽연합(EU) 같은 동아시아 공동체 등의 구성에 관심을 갖는 거죠. 그런 공동체 속에서라면 한·일이 역사문제를 다루기도, 남북 통일도 훨씬 자연스럽게 이뤄질 겁니다.”

- 통일에 대한 젊은 층의 인식이 이전 세대들과는 다른 부분도 있습니다.

“강연을 다니다보면 ‘왜 통일을 해야 하나’라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어요. 그러면 이런 예를 듭니다. 할아버지인 내가 대학 때 고민하던 것을 지금 손자까지 똑같이 한다는 겁니다. 내가 대학 다닐 때, 군대를 1학년 마치고 갈까 2학년 마치고 갈까 고민했어요. 정말 안타까운 것은, 같은 고민을 내 손자들도 합니다. 말이 안됩니다. 지금 세계에서 의무징병을 하는 나라가 몇이나 됩니까. 일본이나 독일 상비군은 30만명인데, 우리는 남북 합쳐 100만명도 넘어요. 분단으로 인한 군사비 등 비용은 말할 것도 없고. 학교에서 통일의 당위성을 좀 더 가르쳐야 합니다.”

- 2019년 새해에 특별한 계획을 세우셨습니까.

“저에게는 후학들이 곧 희망이고 꿈입니다. 다행히 제자들이 모두 열심히 공부하고 있어 기대가 큽니다. 하하.”

정리 |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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